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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ents/enjoyable

100일 동안 50페이지 분량의 이야기를 쓰자

 '책을 내고 싶다' 또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라고 생각했을 때 그게 마음먹은 대로 술술 잘 풀린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면하게 된다.

 

 가장 흔하게 접하는 문제는 첫 번째로 상상력의 부재 (예를 들어 글의 시작만 몇 가지로 짜 본다거나, 중간의 어떤 사건은 구상이 되는데 어떻게 그 스토리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다거나, 사건의 해결을 할 줄 몰라서 그냥 기억상실로 처리하거나, 용두사미처럼 이야기가 산으로 가다가 사람들이 다 죽거나 유학 또는 이민을 가거나 등의 결말을 낸다거나, 모든게 다 꿈이었다 하는 결말을 낸다거나, 메인 캐릭터만으로도 벅차서 주인공 이외의 사람은 다 일회용으로만 등장한다거나 등 -내가 다 해봤다;;), 두 번째로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다음으로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개요를 짜 놓아야 시작을 한다거나 계획만 세우고 마는 게으른 완벽주의자 성향의 성격, 마지막으로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등이 있다. 

 

 

 이런 방해 요소들로 인해 '글을 쓰고 싶어 - 언젠가는 책도 내고 싶어 - 아 몰라 - 글쓰기는 재미없어'라는 의식이 머릿속에 흐르게 된다. 한번도 끝을 맺은 글은 쓴 적이 없고 그래도 뭔가를 써서 블로그에 올리고, 조금씩 알게 되는 사람들이 생기고, 서로 댓글을 주고받다가, 어느 날 권태로움을 느끼고 중단하는 반복적인 루틴이 생긴달까.

 

(소곤소곤) 뭐 최근 몇 년 동안의 출판물을 보면 가볍게 읽기 좋은 일상생활 관련 블로그 글들을 모아 책을 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책을 내고 싶어'의 '책'은 이야기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야기가 현실에 발을 닿고 있는 내용이든, 아니면 하늘에 둥둥 떠있는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든 관계없이 픽션(fiction)! 읽는 사람이 머릿속에 상상의 날개를 펴고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책 말이다. 

 

 다시 글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이런 방해 요소와 쉽게 보이지 않는 보상(결과물)으로 인해 매번 끄적이다 중단한, 책이 되지 못한 원고만 수백 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유명한(성공한, 위대한) 작가들 또한 글을 쓸 때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나만 겪는 게 아니고,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작품을 댈 필요 없이 이름만으로 설명이 됨!)도 그랬고 '위대한 개츠비'의 Scott Fitzgerald도 '해리포터'의 J. K. Rowling도 그랬을 거다. 뭐 그들은 힘겨운 시간과 함께 글을 쓰며 그들의 글에 빠져서 멋진 시간도 함께 보냈겠지만.

 

 이 힘겹고 지루한 시간을 위해 주위에 멘토가 있으면 좋다. 나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쓰지만, 내 글을 읽고 가이딩을 해줄 수 있는 혹은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모르는 나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켜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좋다. 전문가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Paulo Coelho(좋아하는 작가라 적어봤음)가 내 곁에서 나에게 '레리아나 으쌰으쌰 넌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하며 피드백을 주지는 않으니까, 전문가를 만날 수 있다면 좋지만 찾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아야 한다.

주위에 사람이 없다면 여러 모임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세명만 모여도 그중에 스승을 찾을 수 있다는데 어떤 곳이든 내가 배울 것은 많을 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계! 일단 3개월 동안 50페이지 정도의 글을 적어보자. 책을 발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쓰는 연습의 시작이다. 당연히 100일가량의 시간 동안 쓴 책이니 좋은 책은 아닐 거다. 이 단계의 목적은 책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말했듯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 쓰는 것의 연습'을 경험하는 거다.

 

 아주 오래전에 빠져 지냈던 소설들의 작가인 스티븐 킹(Stephen King)이 말했다. 원고의 초고은 3개월 이상 걸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내 멋대로 해석이라 오해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첫 번째 초안은 짧은 시간 내에 집중해서 써야 한다는 거다. 

 

The first draft of a book - even a long one - should take no more than three months, the length of a season.
- Stephen King

 

 이 초안에 들어갈 이야기의 구조는 일단 기본적인 구조 - 발단(사건의 암시), 전개(사건의 발생), 위기(사건의 반전), 절정(사건의 전환), 그리고 결말(갈등의 해결) -를 따르기로 한다.

 

 초안을 편집하여 다듬는 것(edit processing)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맞춤법 교정이나 띄어쓰기뿐만이 아닌,  글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문단/단락 수정 또는 내용의 전후 위치를 바꿀 수도 있다. 내용을 더하거나 뺄 수도 있고, 결말이 바뀌기도 한다.

 

 이 초안(draft)을 몇 번 정도 수정할까?

 정해진 숫자는 없다; 3번 하는 사람도 있고, 10번 하는 사람도 있고. 보통 10번 정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동의하듯이 가장 어려운 것은 두 번째 초안 수정하기. 여기에 이거까지 적는다면 글이 너무나 길어지니까 이건 다음 기회에.


 

...... 지금까지, 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였음.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