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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ents

기억을 기록하기

 사실 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손대다가 만 여러 군데의 흔적이 많기도 하고, 더 이상 뭘 늘이는 것도 할 짓이 못되고.

 그런데 왜 만들었냐고 묻는다면...

 

 어느 날 갑자기 다음(Daum)과 카카오(Kakao)가 통합한다고 계속 공지가 떠서 아이디 통합을 했다. 꾸준하게 다음카페를 이용하는 편이라 카페 이용에 제한이 있을까 봐 불안한 마음에 서두른 경향도 있다. 그동안 계속 통합하라고 또 해킹이 많으니 통합 로그인을 하라고 계속 나에게 권유하는 다음(Daum)을 무시했었는데 이렇게 강제통합의 위협을 주다니.

 

 아이디 통합을 한 뒤 예전에 사용했던 티스토리가 보여서 홀리듯이 로그인을 했다. 이 과정이 글로 적으면 간단히 한 줄이지만, 이때 두 시간 넘게 걸렸다. 사용한 지 오래되어 휴면계정인 것도 많았고, 이메일 비밀번호도 모르는 것도 많고, 뭐가 그리 복잡하던지. 싸지른 것이 많다 보니 하나하나 방향을 찾아 따라가는 것도 힘들었다. 

 

 그렇게 발견한 과거 나의 이불 속 하이킥 역사들...

 

- 티스토리가 생기면서부터 뜨문뜨문 기록을 해왔었구나;

- 그 이전에는 테터툴즈를 사용했었구나;

- 네이버에 싸질러놓은 여러개의 아이디에 덧붙여진 블로그도 참으로 많구나; 그리고

- 브런치에도 발자국을 여러번 남겼었구나...

 

 도대체 나란 인간은 꾸준히 하는 것도 없이 무슨 시작만 수십/수백 개를 했는지.

 

 너무 오랜만에 본 글과 사진들이 반갑기도 하고, '그때는 저 일을 했었지', '내 기분이 저랬구나' 라며 추억여행도 했다. 그래, 기록하는 것은 좋은 일이구나. 가끔 부끄럽고 민망한 과거의 나와 마주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좋은 일이구나.

 

Sometimes you will never know the true value of A MOMENT until it becomes A MEMORY.

 

 한 군데로 다 통합하고 싶은 마음 반, 다 지우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 반. 이틀 정도 틈틈이 고민하다가, 이곳에 경험한 것들의 기록을 모아 십 년 뒤에 웃을 수 있는 기억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Keep a diary and one day it will keep you.

 

 게다가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1월부터 웹소설과 웹툰 만화에 빠져서 미친 듯이 돈을 써가며 읽었었다. 몇 년 동안이 아니라 딱 5개월 만에 저 금액을 쓴 거다! 작년까지는 기다리면 무료 작품들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한편씩 보다가 이젠 못 기다려라는 마음으로... (어른이 되어 좋은 점. 내가 원하는 곳에 돈을 뿌릴 수 있다!)

 금액을 대강 계산해보면 한국-뉴욕행 비행기표를 왕복으로 비즈니스 클래스로 구입한 가격 정도?! 퍼스트 클래스가 아닌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첫 두 달은 잠자는 시간이 하루에 4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공부를 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급격히 안 좋아지는 시력과 눈의 피로로 지금 자제하고 있는 상황인데, 더 늦기 전에 무엇을 읽었고 어떤 캐릭터들과 사랑에 빠졌는지도 기록하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이유로 어제 블로그를 하나 만들었었다. 지금 이곳은 그것의 '한국어 버전 플러스알파' 랄까.

 

 일단 시작의 문은 열었으니, 윈나이트경 같이 걸어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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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를 위한 리마인더>

  1. 2022년 5월 기준, 새로 두 개의 블로그를 티스토리에 만들었다. 하나는 이곳(wynknight)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주절주절한 사연 없이 영어로 기록만 하는 용도. 안 되는 영어지만 계속 적다 보면 거부감이나 주저함은 줄어들겠지.
  2. 위의 두 개는 사생활 노출을 최대한 없게 만든다.